전날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으로 급락했던 뉴욕증시가 5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일부 관세 철회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 투자심리를 되살렸다. 여기에 전날 급락했던 AI 관련주들이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인 것도 시장 반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0.37% 오른 6796.29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65% 상승한 2만3499.79를 기록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0.48% 오른 4만7311.00으로 마감했다.
■ 대법원 “관세는 국민 세금…의회 권한”
시장의 초점은 이날 열린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관련 공개 변론에 맞춰졌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대부분의 수입품에 10~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조치의 적법성 여부를 심리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관세는 결국 국민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며, 이는 역사적으로 의회의 권한”이라며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유사한 질문을 던지며, 대통령의 긴급권한이 남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단순히 관세율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한 배분이라는 헌법적 논쟁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미 부과된 일부 관세가 환급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미국 수입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고, 물가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향후에도 행정부가 관세를 외교적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할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한 조건부 유지’라는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 자동차·중장비 업종 강세
관세 관련 기대감이 커지자,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와 자동차주가 크게 올랐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각각 2.78%, 2.77% 상승했고, 건설·중장비 대표주 캐터필러는 3.94% 급등했다.
필 블랑카토 오세익 수석 시장전략가는 “관세 정책의 향방은 내년 1분기까지 명확히 드러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책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에 일시적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 고용 회복·서비스 경기 확장세
경제 지표는 대체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민간 고용조사기관 ADP에 따르면, 10월 민간부문 신규 고용은 4만2000명 증가하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끊었다. 대기업 중심으로 채용이 확대된 반면, 중소기업의 고용은 여전히 둔화세를 보였다.
같은 날 발표된 10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지수는 52.4를 기록하며 8개월 만에 가장 빠른 확장세를 나타냈다. 신규 주문이 강하게 반등해 수요 회복이 확인됐지만, 지불가격지수는 70으로 상승해 비용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지적된다. 기업들은 “최근 관세 인상으로 원자재 투입 비용이 오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즉, 현재 미국 경제는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물가 압력이 높아지는 ‘성장과 비용의 엇갈림’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용 둔화가 재차 나타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서비스 부문 가격 압력과 관세 영향이 지속될 경우 연준이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 AI 관련주, 저가 매수세로 반등
전날 급락했던 인공지능 관련주들도 이날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했다. AMD는 장 초반 실적 발표 직후 마진 우려로 하락했으나 곧 상승 전환해 2.51% 오르며 마감했다. 브로드컴과 마이크론은 각각 1.95%, 9.11% 상승했고, 오라클 역시 1.03% 오르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다만, AI 분석 플랫폼 기업 팔란티어는 전날 8% 급락에 이어 이날도 1.49% 추가 하락했다. 시장 내 AI 종목 간 온도 차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랑카토 전략가는 “AI 섹터 내에서도 기업별 성장성의 편차가 커지고 있다”며 “AI 산업 전반의 거품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는 보다 선별적인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복합 변수 속 ‘관세’가 향후 시장 키워드
현재 미국 증시는 정치·법률·경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 대법원의 관세 판결은 향후 무역 정책 방향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기업 실적, 나아가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관세 완화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수입 물가와 기업 비용 부담이 줄어들며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킬 수 있다. 반면, 관세 유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는 비용 압박이 장기화되고, 성장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트럼프 관세의 법적 정당성”이라는 한 가지 질문에 주목하고 있다. 그 답변이 향후 미국 경제의 흐름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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