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그룹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다음 주 한국을 찾는다. 방문 일정 가운데 가장 큰 관심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이다. 두 기업이 이미 하만을 매개로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회동은 배터리와 반도체, 디스플레이까지 확장되는 본격적인 전장 협력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시점에서, 삼성의 전장 역량은 벤츠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반대로 삼성에게 벤츠는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단숨에 넓힐 수 있는 강력한 파트너다. 이번 회동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완성차 CEO와의 연쇄 회동, 삼성 전장 사업의 뿌리가 되다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자동차 업계 네트워크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2년에는 유럽 출장 중 폴크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을 만나 전자부품 협력 가능성을 검토했고, 같은 해 GM의 댄 에이커슨,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타 사장 등 주요 완성차 CEO들과 잇따라 접촉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로 사업 확장을 구상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결국 2016년 하만 인수로 이어졌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오디오 시스템에서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삼성의 전장 진출 교두보가 됐다.
2020년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전장 협력이 가속됐다. 삼성SDI는 이후 현대차·기아에 6세대 각형 배터리 P6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고, 전고체 배터리 특허를 공동 출원하는 등 기술 협력을 확장해 왔다.
2022년 BMW그룹 CEO 올리버 집세 방문 역시 중요한 장면이었다. 삼성SDI의 P5 배터리가 BMW ‘뉴 i7’에 탑재되며 유럽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벤츠와의 회동, 하만을 넘어 부품 전반으로 확장될까
현재 벤츠와 삼성은 하만을 통해 오디오와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분야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협력이 없다. 이번 만남이 중요한 이유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추진 중인 벤츠는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가 필요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략을 위해 고성능 칩과 초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에도 관심이 높다. 삼성은 이 모든 퍼즐 조각을 갖고 있다. 삼성SDI의 P6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는 장기적으로 벤츠의 고급 전기차 모델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3나노 공정은 차량용 AI칩 생산의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 역시 벤츠의 일체형 디스플레이와 잘 맞아떨어진다.
만약 협력이 본격화된다면 삼성SDI는 현대차, BMW, 벤츠 등 유럽 프리미엄 3대 완성차 브랜드 모두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독보적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AI 시대, 배터리와 전장의 새로운 의미
최근 이재용 회장은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정의선 회장과의 회동에서 AI 반도체와 모빌리티 융합 비전을 논의한 바 있다. 앞으로 배터리는 단순한 에너지 저장 장치가 아니라 차량 내 AI 연산을 구동하는 ‘전력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덕분에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기반 모빌리티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AI 제조·AI 모빌리티 전략과 맞물리며, 전장 사업 전반이 하나의 생태계로 묶이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결론: 벤츠 회동이 여는 삼성 전장 사업의 ‘세 번째 도약’
이번 이재용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의 만남은 단순한 CEO 간의 인사가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진 삼성의 자동차 네트워크 구축 작업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될 수 있다. 만약 협력이 성사된다면 삼성은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까지 아우르는 종합 전장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한국 전기차 부품 산업이 글로벌 이동성 혁신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상징적 장면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의 ‘세 번째 배터리 도약’이 벤츠에서 시작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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